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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사임하고야 말았다. 이 "말았다"는 표현은 미묘하지만,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뉘앙스가 충분히 들어있는 단어다. 아직 시즌 판도는 결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넥센이 4강에 갈 가능성도 없다곤 못한다) 김경문 감독의 커리어는 이미 상당하다. 그래서 그의 사임은 충격적인 뉴스다. 반면에 계약 마지막 해인 2011 시즌 두산이 우승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8년차인 김경문 감독에게는 준우승조차도 불만족스러운 성과가 될 한 해였다. 그러나 올 시즌 전통의 라이벌 SK나 삼성은 물론 기아, LG의 강함은 두산의 앞길을 비관적으로 만드는 '사건'이었다. 전통적 구도에서도 준우승권이었던 두산이 올해 판도에서 과연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았다"는 표현에는 이 암울한 미래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김경문 감독은 올해 우승을 못하면 더는 두산 감독직을 하기 어려울 것이었으므로. (이건 결코 구단의 욕심이 아니다. 어쨌든 우승 빼고 모든 것을 몇년간 해본 구단인 것이다. 삼성처럼 한국시리즈의 졸전을 이유로 우승 2회 경험의 감독을 재계약 첫해에 잘라버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경문 공과 평가나 차기 감독 예측 같은 재미있는 토픽들을 일단 접고, 이 상황만 두고 보면 이 사퇴는 두산에게 대단한 악재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시덥잖은 성적을 보이는 위태로운 팀이었다. 대행 체제가 당해년도에 성공한 케이스가 얼마나 되나. 그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적응기를 갖지 않을 수 없고, 이 시점에서 몇 주라도 적응기로 소모해버리면 두산은 올해 가을야구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이 분기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지만, 지금 두산 성적이 슬럼프의 문제일까? LG, 기아, 심지어 한화 같은 팀들이 전력이 올라온 이번 시즌의 특색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SK팬 입장에서 보면 김경문 감독 사퇴로 인한 두산의 몰락은 일단 박터지는 두산전을 수월하게 만들어줄 요소가 될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포스트시즌에서의 결과와 달리, 페넌트레이스에서 양 팀은 참으로 팽팽한 전적을 기록해왔다. 이렇게 골치 아픈 팀이 와르르 무너진다면 향후 두산전에서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게 보면 두산의 약화는 SK와 같은 팀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SK와 같은 팀이라고 하면 결국 1위에서 독야청정을 노리며 시즌 끝까지 팀 전력을 조절하다가 가을 야구를 싱겁게 이기는 패턴의...07년 이래 계속되었던 승부 패턴의 팀이다. 이런 운영에 치열한 중위권 싸움은 대단히 효과적인 도움이 된다. 2, 3, 4, 5위가 치열하게 물고 물린다면 SK에 대한 마크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두산이 4강 싸움에서 탈락하고 나면 남는 후보는 잘 해봐야 롯데 정도. 양승호의 롯데가 과연 삼성을 넘고 4강 싸움에 도전장을 낼 전력일까? 결국 4강 내의 순위권 다툼으로 (그것도 SK마저 딸려 들어가는 개싸움) 2011 잔여 시즌이 흘러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상위 4팀은 한화, 넥센에 대해 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결국 롯데-두산을 어느 정도 터느냐, 혹은 4팀간 승패 마진에서 무게추가 확 기우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SK는 무지막지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상위권 3팀에 대해 (올해는 심지어 롯데에게 마저도) 5할을 못 거두는 팀이다. 결국 롯데와 두산을 어느 정도 잡아먹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에는 기아가 여간 만만찮은 것이 아니다. 2009년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SK가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은 절대 두산이나 롯데와 심정적인 구실을 만들어두지 않는게 아닐까. 몇년간 강자로 군림한 팀이기 때문에 다른 팀의 강한 도전을 받곤 하지만 (더구나 전력 상으로는 만만해보이는데 성적이 좋으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팀이 더욱 분기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게 좋다. 롯데의 경우 몇 년간 호구였다는 점 때문에 SK전에 정말 집중력을 보이게 되었고, 넥센도 비슷한데... 이런 것은 페넌트레이스 전반적으로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두산이 몰락하여 다른 팀들의 승점자판기가 된 이후에도 SK전에서만큼은 팽팽하게 싸우게 된다면 SK는 절대 1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아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보는게 나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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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措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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