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간략하게 1편 감상문을 썼던 오브리 & 머튜린 시리즈의 2편이 출간되었다.

                                      포스트 캡틴 1,2 (패트릭 오브라이언, 이원경 번역, 황금가지, 2009)

 사실 출간은 꽤 오래 전에 되었고, 봄에 읽은 책인데 문득 포스팅에 열을 올린 김에 잠깐 언급해둔다. 제목인 post-captain은 로열 네이비 시대에 통용되던 명칭으로 함장 명부에 기재된 정식 함장을 말한다. 혼블로워에서는 대령으로 번역하였는데, 썩 적절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통하는 역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1등 혹은 1급 함장을 생각해보는데 이건 한국에서는 너무 막연하다. 역시 중령/대령이 제일 편한건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폐 오브리 함장이 포스트 캡틴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머튜린 박사의 맹활약 - 친구의 출세, 신변보호, 건강, 재정 심지어 연애 문제에까지 오지랖 넓게 개입한다 -이 돋보였다. 그런데 너무 활약하시는 바람에 좀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 콤비는 저마다 고민 덩어리들이고, 머튜린 박사는 마약 중독자에다가 영혼이 불안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간적 고뇌가 묻어나와서 좋았다. 하여간 애정으로 보살피는 박사의 은혜를 모르는 무식한 군인은 답이 없죠.

 마지막 장면은 저 유명한 산타 마리아 곶의 전투를 묘사하고 있는데, 정말 유명한 장면이고 혼블로워에도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저 해전의 결과로 영국 정부는 막대한 보물을 정말 큰 희생 없이 (사상자가 10명이 안되었다) 손에 넣었는데 오브리 함장이 전공과 막대한 상금에 그야말로 정신을 못차리는 결말이 어쩐지 눈물겹다. 혼블로워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아직 영국-스페인 전쟁이 개시 되기 전에 얻은 배와 보물이므로 상금법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일괄 해군성에 수득되었기" 때문이다. 빚쟁이 오브리 함장...어쩔거야 ㅠㅠ

 3권에서 이렇게 뒤통수 맞는 장면이 나올거 같은데 (부자는 무슨 부자, 이 콤비는 앞으로 20여권에 이르는 시리즈 내내 고생만 죽도록 해야지 뭐) 미리 애도를 표하도록 하자.

 일전에 역자님이 이 누추한 곳에 오셔서 댓글로 소통할 적에, 이 시리즈는 일단 3권인 "서프라이즈 호"까지만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씀하셔서 억장을 무너트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완간이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읽을 가치는 충만하다. 원래 이렇게 중간에 관두는 시리즈는 절대 들춰보지 않는데도 (모르지 원서로 읽어볼까 --?) 나는 애타게 3권의 출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p.s. 정확성은 떨어지고 레퍼런스로의 가치도 적지만 위키는 가이드로서는 참 친절하다. 산타 마리아 곶의 전투 같은 것조차 정리가 되어 있다는게 놀랍다. http://en.wikipedia.org/wiki/Action_of_5_October_1804
 전투 경과나 양 함대의 사상자 수를 보면서 스페인 해군에 대한 자연스러운 동정 반, 한심함 반의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사실 화물을 만재하고 대서양을 건너온 프리깃들이 아예 진을 치고 기다리던 영국 해군의 끔찍스런 도살자들과 당당히 싸워서 이기길 바란다는건 현대인의 오만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인의 감각으로라면 자침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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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말을 조심하는 措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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